본문 바로가기

개.철.이

Facade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 우리의 대화 주제는 파사드이다.

"원래 파사드는 건물의 전면을 말하는 건축 용어예요. 그런데 이 물리적 용어가 사진과 초상 쪽에 쓰이기 시작하면서 마치 전면을 지탱하는 뒤편의 허술한 각목이 보이느냐 보이지 않느냐 하는 문제가 되었지요. 무대 미술에서 무대 전면은 화려하게 꾸며져 있지만 뒤는 각목으로 허술하게 받쳐져 있잖아요. 앞은 당당하지만 뒤는 허술한 것.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신 카나리아, 트위스트 김 등 잊혀져가는 배우들을 촬영하면서 그들의 초상 사진에서 긴장, 불안, 흔들림을 보게 되었지요."

여고생들의 파사드는 어떻게 달랐나요.

"여고생 또한 소녀의 파사드를 가지고 있어요. 예전엔 자연스럽게 가족의 관계에 의해서 여성으로 성장했지만 요즘은 연예인과 패션 잡지를 통해서 취향을 키우고 있고 이것 또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미디어의 편견에 의해서 움직이는 거예요. 한국은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 해도 가부장적 사회, 마스크의 사회라는 것을 지울 수 없었어요. 사회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여고생 사진을 통해 느꼈지요."

우리는 모두 파사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람마다 파사드의 두께는 모두 다르다. 귀엽게 넘겨줄 만한 가벼운 파사드를 가진 사람도 있고, 너무 두꺼워 도대체 어떤 모습이 얼굴이고 어떤 모습이 파사드인지 분간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파사드가 마스크 쪽에 가까운 사람은 가여운 사람이다. 나이가 들수록 내가 누구인가를 솔직하게 알아 가야 하는데 이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내가 누구인가를 철저히 숨긴 채 가짜 인생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가식은 자신과 타인을 지치게 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 본문 153~156쪽, '건강한 파사드의 힘 : 오형근' 중에서


"그[오형근]는 대학교 4학년 때 다이안 아버스의 사진에 매료되어 이런 작가와 함께 전시하는 사진가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꿈은 20년 만에 이루어졌다. 내년 2월 그는 오스트레일리아 퍼스에서 다이안 아버스와 함께 전시를 갖는다."


- 본문 161쪽, 오형근 인터뷰 노트 '갈등을 담음 미묘한 취향' 중에서